‘고전’이라 불리지만 ‘현대전술’을 지배하는 원리
미식축구에서 전략은 단순히 전술의 선택을 넘어, 철학과 정체성의 반영이다. 수많은 전술 중에서도 Triple Option(트리플 옵션)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전술은 20세기 중반 미국 대학 풋볼에서 유행했던 고전 전술이지만,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Triple Option은 수비의 선택지를 제한하고, 상황 판단에 혼란을 유발하며, 필드를 전략적으로 해석하는 지능형 전술로 여전히 실전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단 하나의 스냅으로 세 가지 선택지를 동시에 위협하는 공격 설계다. 쿼터백이 공을 손에 쥔 순간, 상황에 따라 러닝백에게 넘기거나, 직접 뛰거나, 외곽으로 패스를 던질 수 있는 구조는 수비를 강제적으로 ‘두 번 생각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수비의 반응 속도를 지연시키고, 공격이 한 박자 빠르게 주도권을 쥐는 결과를 낳는다.
국내 미식축구 환경에서는 이 Triple Option 전술에 대한 고급 정보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면, 지금도 고등학교·대학·군사학교·그리고 일부 프로 팀에서도 사용하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Triple Option의 구조적 메커니즘과, 이 전술이 수비를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 그 원리를 심층 분석할 것이다.
Triple Option의 기본 구조
Triple Option은 이름 그대로, 하나의 플레이에서 3가지 실행 경로를 가지는 전술이다. 보통 I-Formation 또는 Flexbone Formation에서 시작되며, 쿼터백의 선택(read)에 따라 공의 향방이 달라진다.
기본 3가지 선택지:
- Dive Option (풀백 러닝):
쿼터백이 풀백에게 공을 바로 넘기는 가장 빠른 옵션이다. 중앙을 향해 수비를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 Keep Option (쿼터백 러닝):
쿼터백이 수비 라인의 움직임을 읽고, 풀백에게 공을 주지 않고 자신이 직접 달리는 두 번째 선택지다. - Pitch Option (러닝백에게 외곽 패스):
쿼터백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비수를 끌어들인 뒤, 러닝백에게 외곽으로 빠르게 공을 던지는 마지막 옵션이다.
이 세 가지 선택지는 미리 결정되지 않고, 플레이 중 쿼터백이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리드 기반 시스템(read-based system)**이다.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술적 원리
Triple Option은 단순히 세 방향의 공격 루트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수비의 사고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데 목적이 있다.
(1) 수비의 ‘할당 구조’를 깨트리는 효과
수비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각 포지션마다 특정 역할과 러너에 대한 책임이 나뉘어 있다. 예를 들어 Defensive End는 풀백, 라인배커는 쿼터백, 코너백은 러닝백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Triple Option은 쿼터백이 실시간으로 수비수를 유도하고 결정하므로, 수비의 할당 책임이 중첩되거나 충돌하게 된다.
- Defensive End가 Dive를 막으러 들어오면? → 쿼터백은 외곽으로 Keep.
- Linebacker가 쿼터백을 따라오면? → Pitch로 러닝백에게 전달.
결국 수비수는 "누구를 막아야 할지 판단하는 순간" 이미 늦게 된다.
(2) 수비 리드(read key)를 악용하는 설계
Triple Option은 **특정 수비수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의도적으로 유인'**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수비수가 공을 쫓게 만들기보다는, **쿼터백이 수비를 보고 결정을 내리는 '반응형 공격'**을 펼친다. 이로 인해 수비는 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격의 움직임에 반응하게 되는 수동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3) 속도와 결정 타이밍
트리플 옵션은 플레이가 시작된 지 3~4초 이내에 최종 방향이 결정되고, 이미 공격은 5~10야드를 전진하고 있다. 수비는 ‘뛰거나’ ‘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대부분은 ‘틀리게 읽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전술은 수비의 실수를 유도하는 구조적 장치로 작동한다.
현대적 변형: Triple Option의 진화
고전적인 트리플 옵션은 과거 육군(Air Force, Navy, Army) 또는 대학 풋볼에서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현대적 형태로 진화했다. 특히 Shotgun Formation을 기반으로 한 Spread Triple Option은 현대 공격 체계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
- Zone Read + Bubble Screen:
중앙을 향한 Dive 대신 Inside Zone으로 설계하고, 외곽에는 Slot Receiver가 스크린 형태로 대기한다. 수비는 이중으로 혼란에 빠진다. - Run-Pass Option(RPO) 시스템과의 결합:
쿼터백은 수비가 Box를 얼마나 채우는지 보고, Dive, Keep, 그리고 빠른 Pass 중 하나를 선택한다. 즉, 패싱을 네 번째 옵션으로 추가하는 구조까지 발전했다.
Triple Option을 운용하기 위한 필수 조건
Triple Option은 단순한 용기나 속도만으로는 구사할 수 없다. 이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들이 갖춰져야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 뛰어난 결정력의 쿼터백:
상황 인식 능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은 필수다. 단순히 공을 던지는 기술이 아닌,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 정확하고 빠른 타이밍:
Dive와 Pitch, Keep 사이의 결정은 1초 이내에 이루어져야 하며,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전체 플레이가 무력화된다. - 강력한 커뮤니케이션과 연습량:
트리플 옵션은 팀 전체의 호흡이 중요한 시스템이다. 연습량이 부족하면, 쿼터백과 러닝백 사이의 충돌 또는 Pitch 실수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실제 경기에서의 영향력과 지속 가능성
Triple Option은 현재 NFL 수준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학 풋볼과 고등학교 리그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전략적 도구로 사용된다. 특히 피지컬이나 스킬이 부족한 팀이라도, 조직력과 전술 이해도만 높다면 충분히 상위 팀을 제압할 수 있는 전술이 된다.
또한 Triple Option은 수비의 약점을 파악하고, 필드를 넓게 사용하며, 시간 점유율을 늘리는 경기 운영 방식에도 매우 적합하다. 결과적으로 상대가 ‘공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적 선택지로 기능한다.
고전 속에 숨겨진 전술의 본질
Triple Option은 단지 오래된 시스템이 아니라, 전술적 사고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이 전술은 단순한 플레이가 아니라, 쿼터백과 러닝백, 수비 라인의 움직임까지 한꺼번에 연결시키는 움직이는 체스 게임’과도 같다. 고전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현대적인 응용과 결합을 통해 여전히 강력한 전략으로 살아남아 있다.
현대 미식축구에서 전략의 승패는 단순한 피지컬이 아니라, 상대보다 똑똑하게 움직이는 방식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Triple Option은 미식축구의 본질인 ‘판단, 속임수, 조직력’을 가장 잘 구현한 전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이 고전 전술은 이름은 달라도, 변형된 형태로 수많은 경기에서 살아 숨쉴 것이다.
'미식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식축구 오펜스] 플레이 시작 전 움직임이 전술에 미치는 영향 분석 (0) | 2025.07.05 |
---|---|
[미식축구 오펜스] Shotgun Formation과 Pistol Formation의 차이 (0) | 2025.07.04 |
[미식축구 오펜스] West Coast Offense 전술의 철학과 플레이 설계 방식 분석 (0) | 2025.07.03 |
[미식축구 오펜스] 오펜시브 라인의 블로킹 전략, Zone vs Man 완전 정복 (0) | 2025.07.02 |
미식축구 NFL 대표 오펜스 전략 비교: 캔자스시티 치프스 vs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0) | 2025.07.01 |